VR기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죠. 새로운 기술로 신세계를 기대하고 있는데 막상 사용해본 적은 없고 돈 들여쓰기는 고민되는 분들에게 좋은 글이 있어서 퍼왔습니다.
첫 느낌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쓰자마자 탄성이 나올만큼 엄청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정이 안되어 시연도 한 번 못해보고 인터넷에서만 되는데로 최대한 정보를 모은 뒤 검색한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너무 기대가 컷던 때문이겠지요.
VR이 아예 처음은 아니고 삼성에서 출시한 폰 끼워서 보는 VR로 체험해 본 적은 있었습니다. 아직 VR을 구매하지 않으신 분은 구글 카드보드나 비슷한 기능의 제품으로 Vive나 오큘러스가 어떤 느낌의 기기인지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맨눈으로 보는 바이브 화면에 관한 사진이나 동영상은 정보로써 거의 무가치한데, 이는 직접 착용해 본 느낌과 말그대로 천지차이이기 때문입니다.
첫 느낌과 착용감입니다.
첫 느낌이 안 좋았던 이유가 헤드셋을 썼을 때 시야가 완전히 맑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중간에 초점이 맞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다소 뿌옇게 퍼지더군요. 칼같은 각을 기대한 저에게는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렌즈 자체도 동심원이 새겨진 렌즈로 빛의 각도에 따라 항상 동심원이 보이게 되어 있습니다. 이 동심원은 무슨 기술적인 이유 때문에 있는 것 같은데 전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시력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눈이 좋으신 분은 그나마 다행인데 저는 시력이 상당히 안 좋습니다. 안경없이 바이브의 렌즈를 최대한 이리저리 조절해 보았으나 전혀 제대로 볼 수가 없더군요. 시력이 안 좋은 분들은 안경없이 쓰기 힘들다는 점 알아두시구요. 그 다음 문제는 안경 크기인데, 안면부가 들어가는 부분은 제법 넉넉해서 제가 쓰는 두꺼운 뿔테 안경도 들어갑니다만, 안경다리 부분은 반드시 구부러지게 됩니다. 콘택트 렌즈를 착용 후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착용감은 상당히 불편합니다. VR쪽으로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은 금방 벗어 던지고 싶으실 것 같네요. 무게가 의외로 좀 나갑니다. 처음부터 무거운 건 아니고 피로가 쌓이다 보면 점점 머리 위에 바위를 이고 있는 듯 저려옵니다. 그리고 아픕니다. 밴드를 느슨하게 하면 활동하기가 불편하고 조이면 아픕니다. 타협점을 찾아도 광대뼈 위에서 받는 헤드셋 무게의 압력은 어찌 할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안경을 쓰고 착용하는 경우 관자놀이가 매우 아픕니다. 케이블의 무게 또한 상당히 거슬립니다. 케이블을 링거처럼 높은 곳에 걸쳐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장 편한 자세는 누워서 쓰는 자세입니다. 헤드셋 밴드 자체도 연질이고 케이블이 옆으로 나오도록 약간 구부리면 되니 머리와 베개사이가 불편할 일이 없다고 봅니다. 복잡한 컨트롤을 할 일이 없다면 누워서 쓰는 것이 제일 무난합니다.
화면에 대한 소감입니다.
저는 평소에 27" FHD를 이용하고 4K를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기준에서 바이브의 해상도가 주는 인상은 27" FHD보다 약간 못하다는 정도입니다. 밝고 어두운 화면에 따라 달라지는데 화소를 나누는 격자가 눈에 띌 때가 잦습니다. 이건 표현하기가 애매하지만, 무시하려면 무시할 수는 있는 정도의 불편함이었습니다. 그러나 몇몇 유저의 의견과는 달리 화면에 격자는 분명 눈에 띕니다. 이는 글자를 읽을 때 문제가 되는데 10 pt 정도의 글자들은 읽기가 상당히 불편합니다. 아예 못 볼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피곤합니다. 해상도의 한계는 1세대 내에서 어떻게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 볼 수 있으려나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해당 세대 제품 내내 안고 가야하는 한계일지도
그런데 사진이나 비디오, 게임 화면은 제법 괜찮습니다. 상대적으로 격자에도 신경이 덜 써지고 왠만한 화상은 모니터에서보다 더 유려하게 보입니다. 분명 도트가 튀고 있음에도 그냥 보는 걸 즐기게 된다랄까요. 다만 도트가 도드라져 보이는 건 안티앨리어싱으로도 해결을 못 볼 것 같더군요. 스크린 자체가 가까워서 그런지 투명한 AA 화소까지 전부 보이는 지경입니다. 좀 느낌적인 느낌으로 표현하자면 유려한 픽셀레이팅을 볼 수 있습니다. 도트튐이 분명 보입니다만 그리 지저분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말이죠.
보너스로 전혀 3D 표현이 되지않은 2D 화상도 가끔 3D를 보는 것같은 착각이 듭니다. 이는 아마도 명도대비가 큰 색이 주를 이루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인 듯 합니다. 모니터에서도 주변환경이 어두운 곳에서 검은 배경에 빨간 글씨가 액정에 뜨면 고저차가 달라져 보이곤 합니다.
3D로 표현된 인터페이스는 더없이 환상적입니다. 2.5m x 2.5m 정도의 방에서 사용하는데 뒤에 느긋이 앉아서 거의 벽을 꽉 채우는 크기의 인터페이스를 보니 시원시원합니다. VR을 쓰면 가장 큰 문제가 진짜 세상에서는 봉사가 된다는 건데, 바이브에는 센스 좋게(당연하다고 해야 할지도 ) 카메라가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주변상황을 볼 때는 카메라보다 센서로 방을 보게 됩니다. 처음보는 영어 단어라 기억을 못했는데, 이 기능을 켜면 적외선 카메라같은 화면으로 방을 볼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고있던 간에 이 기능을 언제든 켜고 끌 수 있습니다.
프레임과 인식감도에 관해서도 찬사가 터져나옵니다. 바이브 화면은 90프레임을 표현 가능하고 인식감도도 실제로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듯 실감납니다. 관심있어 찾아본 분들은 바이브 컨트롤러로 저글링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저는 60 헤르츠 모니터를 쓰는지라 그 이상의 프레임을 경험해 본 적은 없다고 봅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60프레임과 90프레임의 차이를 못 느끼겠더군요. 듣기로는 60-90-144 전부 천지차이라던데 그냥 그런가보다 하려구요.
활용도
워낙 VR기기에 대한 환상이 컸던지라 활용도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이 구매를 하였습니다. 우선 가장 기대한 것은 Virtual Desktop이라는 스팀에서 파는 프로그램으로, VR 화면에 데스크톱 컴퓨터를 화면을 그대로 쏴주는 것인데, 저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바이브 구매를 결심했었죠. 누워서 데스크탑을 쓰는데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침대에서 편히 쓸 수 있도록 마우스, 키보드 등 주변기기 몇 개만 무선으로 해결을 하면 될 듯 합니다. 테스트 중 어른영상도 봤는데 뭐랄까 엄청난 감동이더군요. 다른 모든 것도 비슷하더군요. 뭔가 콕 집어 얘기할 건 없는데 모든 게 감동이었습니다. 다만 게임 실행은 뭔가 문제가 많습니다. 이 부분은 돈 받고 파는 프로그램으로써 명백히 프로그래머가 업데이트 해야되는 부분이므로 좀 기다려 볼 생각입니다. 혹은 바이브 내장 데스크탑뷰 기능이 있는데 이것이 불편한 점이 몇몇 고쳐진다면 외부 프로그램을 구매할 필요가 없어질 겁니다. 데스크톱 컴퓨터를을 굳이 VR로 써야 하느냐하면, 저는 그냥 신기한 게 좋아서 씁니다. 불편함을 참아가면서요. 분명 딱히 이점은 없는데 불편하긴 합니다.
한편 게임에 관해서는 VR 시장 자체가 아직 작아서 그렇지만 VR 게임이라고 나온 것들 중 대단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대부분 시험작, 데모 느낌입니다. 그러나 분명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재미라고는 말할 수 있겠더군요. 저는 The Lab의 활쏘기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팀에 무료로 받을 수 있는 VR게임이 어느정도 있어서 적응하는데 요긴할 것 같습니다. 어쨋든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금'의 이야기고, VR 게임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순히 팔을 뻗어 물건을 집어올리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감동을 느낀 VR입니다. 거대 제작사가 나서 대작하나 나오면 분명 방에 틀어박힐 것 같습니다.
Vorpx같이 기존 게임을 3D로 포팅해주는 프로그램은 사용이 좀 까다롭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성공적으로 테스트 해 본 것이 스카이림과 폴아웃4밖에 없다고 봅니다. 느낌은 인터페이스가 여기저기 찢기고 화면에 버그가 생기는 등 엉성합니다. 분명 3D는 제대로 3D인데, 이래저래 문제가 많고 그나마 실행만 성공적으로 시키기도 힘들더군요. 지금 Vorpx 가격이 47.99 달러(캐나다 환율)인데 돈이 아까웠습니다. 더욱이 헤드셋 없이는 실행이 안되는 묘한 제한을 걸어두었더군요. 그래서 활용도가 더욱 떨어집니다. 직접 물어보니 헤드셋 지원에 집중하고 싶어서라고 하더군요. 뭐 이해 못할 이유는 아니지만요. 어쨋든 기존 게임을 3D로 포팅하는 길은 좀 험난합니다. 전 귀찮아서 일단 나중으로 미루었습니다. 정리하자면 Vorpx같은 프로그램 문제가 아니더라도 어쨋든 VR 환경에서는 기존 게임을 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성능 (제 환경: Win 10 / i7-4790K / 980 x2 SLI / 16 gb Ram / on FHD+Vive)
제대로된 테스트를 못 해봐서 간단히 얘기하자면 힘드네요. 일단 좋아하는 겜 위주로 해보았는데 폴아웃4, 위쳐3, 드에 인퀴지션 등 풀옵에서 헉헉댑니다. 물론 실행 자체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앞서 언급했구요. 뭔가 문제가 많고 헉헉대고 그래서 게임은 그냥 안하고 내버려둔 상태입니다 디아블로3가 유독 전혀 문제 없이 잘 되던데 그래서 하나 키우려고 새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VR 환경에서 V-sync를 끄면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가 있어 켜둔 상태입니다. 근데 또 60 프레임 이하로 떨어지면 또 시각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서 수직동기화로 먹히는 성능만큼 옵션에서 타협을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어쨋든 성능은 기존 대비 2배를 먹겠죠. VR 게임 시장에서는 성능을 감안하여 90프레임에 맞춰서 출시하겠지만 어쨋든 기존게임은 성능 문제로라도 접근이 용이하지 못합니다.
위쳐3 요거 하나만이라도 됐으면 좋았을텐데 안 됩니다.
그 외 소소한 것들입니다.
SteamVR이라는 걸 바이브의 운영체제라고 보면 되는데, 이것저것 입맛대로 커스터마이징 가능합니다. 저는 배경과 플랫폼(내가 서 있는 곳)을 만화동산같은 걸로 바꾸고 컨트롤러를 꽃으로 바꾸고, 베이스스테이션(바이브 센서: 벽 대각선 양쪽으로 CCTV처럼 달아둠)을 포탈 게임에 나오는 어퍼쳐 사이언스 CCTV로 바꾸었습니다.
이와같이 SteamVR 메인환경을 "내 방"처럼 꾸밀 수 있는데, 저에겐 방이 하나 더 생긴 듯 기쁘더군요. 점차 창작마당에 유저들의 커스텀 아이템들이 많이 올라올 것이고 업데이트를 통해 SteamVR 메인화면이 단순 머물다 가는 곳 이상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거란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예를 들면 뭐 메모지라던가 전화라던가(바이브는 자체적으로 헤드셋-휴대폰 간 연동을 지원함) 간단한 것들이 있겠죠.
여튼 이것저것 불평도 많았는데, 종합적으로는 100만원 넘는 돈이 아깝지 않더군요. 묘사하자면 우주에 처음 가 본 느낌이랄까? 새로운 기술을 접하는 느낌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더군요. 제가 Wii를 해본 적도 없고 해서 이런식으로 놀아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비싸고 신기한 장난감입니다.
쿨엔의 하늘연달옹이님이 남기신 리뷰입니다. 마음에 쏙 들었다고 마지막에 강조하셨네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